MAGAZINE / TREND
2019. 09
‘한국식 살롱’을
이끄는 공간
취향이 맞는 이들과 함께 보내는 여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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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살롱 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같은 여가 활동을 즐기려는 이들이 한 공간에 모인다.
취미 활동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여럿이 혹은 전문가와 함께 하면 더 즐거운 것은 당연지사.
취미와 취향을 오프라인에서 공유하고 새로운 취미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당신의 사적인 공동체,
‘취향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사적인 공동체, ‘취향관’에서는 당신의 직업 또는 사회에서 불리는 호칭을 묻지 않는다. 당신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면 오로지 삶을 마주하는 방식과 가치관, 관심사뿐. 모두 나와 다른 가치를 받아들이고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대화에서 필요한 것들이다.

철저하게 멤버십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살롱에 참여하려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비용은 3개월 35만원부터 6개월 65만원, 1년 120만원 선. 낯선 이들과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대화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에 취향관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살롱과 파티를 기획한다.

여행의 기억을 담은 사진과 이야기를 모아 여행 가이드북을 만드는 ‘취향의 가이드북’, 여행에서 수집한 것으로 창작물을 만드는 ‘취향의 작업실’, 특별한 존재를 초대해 여행에서 수집한 영감과 비일상적 경험을 나누는 ‘취향탐구생활 with Special Guest’, 취향관 앞마당에서 직접 고른 음악과 영화, 함께 준비한 음식과 술이 어우러지는 파티 ‘취향의 정원’ 등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단독주택을 개조한 덕분에 응접실 느낌이 제대로 나는 것도 취향관의 매력이다. 살롱의 ‘마담’처럼 대표를 ‘안주인’이라 칭하는 점도 재미있다. 1년에 4번, 시즌 멤버를 모집하니 살롱의 멤버가 되고 싶다면 취향관을 방문해 스태프와 함께 공간을 둘러보자. 홈페이지와 SNS에 비정기적으로 외부 공개 행사를 안내하므로 이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5길 20, www.project-chwihyang.com, 02-332-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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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을 개조해 한국식 응접실 느낌이 나는 취향관에서는 다양한 모임이 열린다.
취향이 통한다,
‘문토’
취향이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 공간 문토는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신나게 놀 수 있도록 깔아두는 멍석이다. 요리&미식, 경제&경영, 음악, 글쓰기, 문화&예술, 와인&드링크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모임이 있어 ‘이 중에 당신의 관심사 하나는 있겠지’를 노렸다 싶을 정도다.

그저 모이기만 하는 플랫폼이라면 아쉬웠을 텐데, 문토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깊이 있는 교류를 할 수 있다. 싱어송라이터 송다온의 ‘오늘의 가사’, 예술의전당 클래식 음악 기획자 김방현의 ‘아는 만큼 들리는’, 고수리 작가의 ‘마음 쓰는 밤’, 신소영 셰프의 ‘생각하는 주방’ 등 전문가와 함께 제대로 놀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살롱마다 가격과 횟수에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문토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현재 신청 가능한 살롱별로 매우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이 밖에 일일 회원권도 있으며, 내가 리더가 되어 살롱을 꾸려볼 수도 있다. 관심있으면 홈페이지에서 일대일 문의를 이용하거나 카카오톡에서 ‘문토’를 검색하면 된다.

◉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7안길 6 2층, munto.kr, 070-4793-4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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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토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울 수 있는 모임을 표방한다.
이처럼 매력적인 B급,
‘신촌살롱’
영화 속 숱한 조연에게도 걸쭉한 사연은 있는 법. 우리는 너무도 쉽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란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신촌살롱’은 이처럼 미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것, ‘비하인드’를 주제로 강연과 공연, 전시가 열리는 공간이다.

이름이 신촌살롱이니 당연히 신촌에 있을 것 같지만 성수동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촌살롱의 역사는 ‘신촌극장’에서 시작한다. 2017년, 연세대 연극 동아리 출신 선후배들이 술잔을 기울이다 신촌 주택가 골목의 옥탑에 소극장을 차렸다. 이 중심에는 자칭 ‘음주 문화 공간 기획자’ 원부연 대표가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기발한 문화 활동을 기획해 ‘원부시발(始發)’이란 별명까지 얻은 그는 신촌극장의 정신을 잇는, 사람과 사람이 부대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마침 좋은 제안이 와서 김성우 영화 프로듀서, 전진모 연극 연출가, 김선민 스타트업 마케터와 함께 성수동에 새로운 아지트를 꾸린 것이다.

영화 B컷 포스터를 전시하며 주목받은 신촌살롱은 오늘도 다양한 비하인드를 다룬다. 배우가 아닌 사람들이 희곡을 읽는 ‘리딩 파티’, 신인 배우ㆍ감독ㆍ배우지망생이 모이는 ‘셀텝살롱’, 여성 목수의 작품을 전시한 ‘최소의 의자전’,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만들고 맛보고 나누는 ‘아티스트 레시피’ 등 주제와 방식이 무궁무진하다. 시즌제가 아니고 살롱이 열릴 때마다 선착순으로 멤버를 모집하는 방식이라 약간의 순발력이 필요하다.

주로 인스타그램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재즈살롱 드 김아리’를 예로 들자면 이렇다. 영화 <본 투 비 블루>를 감상하면서 재즈 피아니스트 김아리와 함께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삶과 쿨 재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소정의 참가비(2만5000원)만 내면 영화와 음악, 술이 따라오니 상당히 이득인 셈이다.

◉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길 29, www.instagram.com/sinchon_sa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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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살롱은 카페 같은 아지트에서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인문 예술 공유지,
‘문래당1063’
예술가, 인문학 연구자, 문화 기획자 등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존재이지만 반대로 ‘배고픈 직업’이기도 하다. ‘문래당1063(이하 문래당)’은 본래 이들이 알음알음 모이던 공간이었으나, 철공소 사이로 문화 예술이 꽃피우는 문래동에 자리한 숙명으로 어느새 인문 예술 공유지로 자리매김했다. 운영진에 따르면, “나이와 직업, 전공을 떠나 다채로운 취미와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오픈 동아리방’”이라고 한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인문과 예술, 공학 분야의 이론적 쟁점과 실천적 운동을 토론하는 ‘샘이나는 세미나’, 고전부터 심화까지 다양한 인문 강좌가 열리는 ‘학당 물레’, 무협 소설 또는 동서양의 고전을 재해석하는 팟캐스트, 20세기 후반 작품을 비평적으로 음미하는 ‘인문영화제’ 등 학문적 깊이와 위트를 갖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공지하는 소모임과 세미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셰어멤버에 가입하면 24시간 자유롭게 문래당을 이용하고 프로그램도 기획할 수 있다. 멤버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 125길 6 3층, www.moonraedang.net
글. 이현화 에디터 사진. 취향관, 문토, 신촌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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