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INFOMATION
2019. 06
오래돼서 더 새롭다,
‘NEWTRO’
온 가족이 공감하는 문화 트렌드, 뉴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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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다른 가족을 관통하는 트렌드가 등장했다. ‘새로운+복고’라는 뜻의 뉴트로. 요즘 젊은이들은 1930년대 ‘경성 스타일’ 옷을 입고 익선동을 누비고, 1990년대에 사은품으로 제작한 ‘델몬트 컵’을 수집한다. 밀레니얼 세대에 부는 빈티지 열풍은 ‘뉴트로’란 이름으로 마케팅 판도마저 바꿨고, 10대와 60대가 같은 문화에 공감하는 진풍경을 낳았다.
‘New+Retro’,
‘뉴트로’를 아십니까
“패션은 흘러가도 스타일은 남는다.” 코코 샤넬의 말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는 세월이 흘러가도 충분히 매력적인가 보다. 처음엔 소위 잘나가던 시절에 대한 향수인 듯 보였다. 영화 <써니>부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예능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 너도나도 잘살기 시작한 1980년대와 대중문화 황금기인 1990년대가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소환됐다. 반전은 그 시절 ‘청춘’이던 40~60대뿐만 아니라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10~20대까지 열광했다는 점이다.

변화는 빨랐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 개화기 콘셉트의 경양식집, 1980년대 가정집 분위기의 카페가 생겨났다. ‘○○상회’나 ‘○○당’ 등 복고풍 간판, 옛날 안방에 있던 자개장이나 튤립 모양 전등을 활용한 ‘코리안 앤티크’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었다. 한복 대신 ‘모단걸’과 ‘룸펜’을 연상시키는 양장을 빌려주는 렌털숍, 쾌적하지만 손맛은 만화방 그대로인 만화 카페…. ‘새로운’이라는 뜻의 영어 ‘New’와 ‘Retro’를 합친 ‘뉴트로Newtro’란 신조어가 여기서 생겨났다.

이유가 뭘까?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의 말을 빌리면 밀레니얼 세대가 “개성과 희소성, 다양성을 중요시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기 때문일 것이다. 촌스러워서 외면당한 빈티지가 오히려 유행과 동떨어져 ‘쿨한 것’이 된 셈이다. 디지털 문화를 숨 쉬듯 섭렵해온 밀레니얼 세대의 반작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데이비드 색스의 책 <아날로그의 반격>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날로그는 만져지는 물건과 감각적인 경험이 점점 사라져가는 영역에서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소유하는 기쁨을 준다.” 내 생각을 종이에 써 내려가는 오감 만족과 찍는 즉시 만져지는 폴라로이드의 마술처럼, 아날로그는 세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기에.
식품업계에 부는
‘뉴트로 마케팅’
신제품이 성공하기 어려운 식품업계에서는 뉴트로 마케팅이 유독 빛을 발했다. 1980~1990년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로고를 새긴 유리컵. 공짜인 데다 흔하고 촌스럽다는 이유로 홀대받던 그 사은품 유리컵이 오늘날 웃돈까지 얹어가며 수집하는 대상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너무 튼튼해 곧잘 물병으로 재활용하던 ‘델몬트 유리병’을 재생산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칠 정도다. 이런 흐름을 포착한 빙그레는 1990년대 초반 생산하던 로고 새긴 유리컵을 다시 제작해 사은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밖에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새긴 빈티지 컵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레트로 컵 3종을 각각 한정판으로 제작한 바 있다.

뉴트로 패키지로 ‘새로움’과 ‘향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1924년 출시한 원조 소주 ‘진로’를 새롭게 선보였다. 1970~1980년대 파란색 진로 라벨을 재해석한 하늘색 두꺼비 라벨과 35도였던 오리지널을 16.9도로 변경, 오직 350ml 병으로만 판매한다. 재치 있는 마케팅으로 유명한 팔도는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뉴트로 디자인의 ‘괄도네넴띤’ 한정 패키지를 제작했다. 젊은 층에서 팔도 비빔면을 ‘괄도네넴띤’으로 바꿔 부르는 현상에서 착안한 것인데, SNS에서 소문나 일주일 치 판매량으로 준비한 1만5000세트(7만5000개)가 불과 23시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재출시한지 한 달 만에 800만 개 이상 판매된 농심 ‘해피라면’, 1980년대 버전으로 재출시한 삼양 ‘별뽀빠이’ 한정판, 1980년대를 풍미했던 SPC삼립의 ‘우카빵’과 ‘떡방아빵’도 뉴트로 마케팅 성공 사례다.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은 뉴트로 컬래버레이션으로 활약한 케이스다. CGV와 협업해 곰표 20kg 포대에 담은 팝콘, 스와니코코와 협업한 화장품 패키지, 패션 브랜드 4XR과 협업한 티셔츠 등 전방위에 걸친 컬래버레이션으로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1020 세대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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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에서 뉴트로 마케팅의 일환으로 판매한 1980~1990년대 우유컵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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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 하이트진로, CJ제일제당 등 식품 기업은 뉴트로 콘셉트를 적용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제분은 오랜 역사의 곰표 밀가루 디자인을 활용한 쿠션 파우더 팩트와 선크림, 노트 등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휠라’를 부활시킨
뉴트로 패션
뉴트로 패션은 죽어가는 브랜드를 되살리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휠라FILA다. 1990년대에 나이키나 아디다스 못지않았던 위상이 무색하게도 ‘어딘가 촌스럽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휠라는 2003년 파산 위기를 겪을 정도로 침체했다. 2007년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하고도 어려움이 계속됐으나 뉴트로 패션이 유행하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2016년 9671억원이던 매출이 2017년 2조5303억원으로 껑충 뛰며 1년 새 162%가 오른 것이다.

매출의 일등 공신은 1997년 출시했던 간판 운동화를 재현한 ‘디스럽터2’. 미국 <풋웨어 뉴스>의 ‘2018 올해의 신발’에 선정된 디스럽터2는 국내에서만 150만 켤레 이상 팔렸다. 이에 탄력을 받아 1999년 베스트셀러였던 러닝화를 재해석한 ‘보비어소러스99’를 출시하는 등 휠라의 고공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빈티지 마니아가 상당한 시계 브랜드는 뉴트로 열풍에 ‘복각’이란 카드를 내놨다. 복각은 원형을 모방해 다시 판각했다는 뜻으로, 생산이 중단된 옛 모델을 재현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1794년에 첫선을 보인 브레게의 회중시계 ‘No.5’, 1884년 제작한 ‘폴베버 포켓 워치’를 손목시계로 재현한 IWC의 ‘폴베버 150주년 헌정 에디션’, 1948년형 씨마스터를 재현한 오메가의 ‘씨마스터 1948 리미티드 에디션’ 등이 시계 마니아를 기쁘게 했다.

이 밖에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빅 로고 패션, 흔히 ‘멜빵바지’로 불리는 오버올, 코듀로이 소재, 벙거지 모자, 하이웨이스트 청바지, 농구화 등은 뉴트로 패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중요한 것은 옛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옛 모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뉴트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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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 휠라는 뉴트로 열풍을 타고 ‘디스럽터2’ 등 복고 스타일의 신발을 히트시키며 매출액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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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4년 디자인을 복각한 브레게의 회중시계 ‘N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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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가봐요: 을지로
을지로는 서울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오래되고 낡은 공업사와 철물점, 인쇄소만 있던 을지로에 독특한 카페와 바가 하나 둘 생겨난 것. 최근 3년 동안 문을 연 가게만 100여 곳이라니, 가히 ‘힙hip지로’라 부를 만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을지로에 있는 대부분의 가게가 ‘나만 아는 아지트’를 표방해 건물마다 골목마다 꼭꼭 숨어 있다는 것이다. 간판조차 없는 경우가 많고, 1층이 아닌 4~5층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SNS를 통해 목적지를 정해놓고 찾아가도 좋겠지만, 우연히 멋진 가게를 발굴하는 즐거움도 놓치지 말자.
① 커피한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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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서 자리에 위치한 커피 전문점. 열다섯 가지 원두 중 하나를 고르면 보약을 달이듯 정성껏 커피를 내려준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12길 16-6
② 호텔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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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소 건물 4층에 위치한 주얼리 디자이너 ‘파이서울’의 아틀리에이자 카페 겸 바. 주종도 다양하고 샌드위치도 판매한다.
서울 중구 충무로7길 17 4층
③ 평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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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음악이 사라져도 평균율만 있다면 음악을 재창조할 수 있다’는 말에서 이름 지은 근사한 LP 바. 낮에는 카페, 밤에는 와인 바로 운영한다.
서울 중구 충무로4길 3
④ 서점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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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토요일, 오후 1~7시에만 문을 여는 작은 서점. 매번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인문서를 중심으로 큐레이션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157 3층 가열 356호
⑤ 을지로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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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노동자들이 살던 옥탑방 3개를 개조한 유료 전시 공간. 재기 발랄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오픈한다.
서울 중구 을지로15길 5-6
PLACE
옛 건물의 재활용: 강화도 조양방직
오래된 것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전국에서 ‘구도심’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옛 건물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독특한 풍취를 자아내기 때문. 이 중 주목받는 곳 중 하나가 인천 강화도에 있는 ‘조양방직’이다. 조양방직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국내 자본으로 세운 최초이자 최대 방직 회사였다. 그러나 방직 산업의 중심이 대구와 구미로 옮겨가면서 1958년 폐업했고, 내내 폐허로 방치되다 서울에서 골동품점을 운영하던 이용철 대표가 미술관과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옛 골조를 그대로 살린 990m2(약 300평)의 넓은 공간을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소장품으로 꾸며 압도적 분위기를 자랑한다. 재봉틀 테이블에서 마시는 커피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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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방직icon인천 강화군 강화읍 향나무길5번길 12
글. 이현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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