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0. 11. 09
영화에 나오는
상상 속의 집 이야기
영화속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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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집은 여러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영화 속 집은 그런 구속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영화 속 주거 공간에는 사람들이 집에 대해 꿈꾸는 여러 가지가 잘 반영되어 있다. 영화 속 집을 보면서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공간을 발견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팬데믹 이후의 뉴 노멀을 고민한다. 코로나19 시대 이후 집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크다. 그렇다면 영화 속 공간에서 찾을 수 있는, 뉴 노멀에 어울리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 글에서 소개하는 세 편의 영화에 등장하는 집이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들 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 가장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은둔’이다. 도시에서 떨어진 3개의 집을 스릴러 영화에서 찾아보았다. 페리를 타고 들어가야 도달할 수 있는 바닷가의 집, 헬리콥터를 타고 가야 하는 숲속의 저택, 그리고 호숫가에 홀로 서 있는 집이다.
페리를 통해 출입하는 바닷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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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작가>의 배경은 고급스러움과 고립감을 함께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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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창문을 통해 광활한 풍경을 응시하게 하고,
채광만으로 외부 풍경으로부터 고립된 공간으로 느껴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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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집은 영화 <유령 작가>(2010)의 배경이 된 출판사 소유의 집이다.
영화는 페리선이 섬에 도착하고 어느 남자가 죽음을 맞으며 시작된다. 전 영국 수상 애덤 랭은 배를 타고 왕래하는 섬에서 5명의 비서와 사무원, 부인과 지내며 대필 작가를 고용해 회고록을 작성한다. 그런데 회고록을 쓰던 대필 작가가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게 된다. 이후 새로 고용된 대필 작가(이완 맥그리거.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배역이다)가 매사추세츠 어느 섬에 있는 별장에서 죽은 작가의 뒤를 이어 회고록을 쓰면서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는 내용이다.

영화 속 집은 전 영국 수상의 회고록 작성을 위해 마련한, 전체적으로는 고요한 요새와 같은 파사드다. 회색 패널로 마감한 정직한 육면체의 조합으로, 외부로부터 내부인을 지켜주는 형태를 띠고 있다. 집 전체는 견고한 벽을 연상케 하면서도 세밀한 디테일로 기둥과 같이 서 있는 창문들이 보인다.

촬영의 배경이 되는 대표적인 공간은 서재, 식당, 거실, 비서실로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돌로 장식된 난로를 중심으로 공간이 펼쳐진다. 실용성을 강조한 비서실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 자리하고, 서재의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책상과는 대조적으로 유일하게 전체가 흰색인 가구와 액세서리로 사무 공간임을 강조한다. 대필 작가가 없다면 애덤 랭은 자신의 서재에서 일하고 그 외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 그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별도의 텍스처를 가지는 또 다른 공간으로는 금속 캐비닛으로 균형 잡힌 부엌의 조리 공간이 있다. 이 문뒤의 공간은 이완 맥그리거의 서열을 말해주듯이 다른사람은 잘 출입하지 않는 곳으로, 사무실과 같이 실용성을 내세운 디자인이다.

그 외에는 이완 맥그리거의 서재와 같이 짙은 색감이 은은한 발터 놀Walter Knoll 인테리어가 짙은 색상 팔레트에 장식되어 있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광활한 풍경을 응시하게 하고, 집은 채광만으로 외부 풍경으로부터 고립된 공간으로 느끼게 했다.

외부로부터 고립된 섬의 요새. 최소한의 인원으로 유지되고, 외부 활동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분되어 있는 이 공간은 낮에는 고요한 전망으로 풍경의 색채가 내부로 스며들고, 인위적인 재료를 철저히 배제한 자연적인 재료만 사용한다. 깊고 차분한 색상의 팔레트로 만든, 기교 없이 배치한 벽은 색채와 재질감을 갖고 현대 예술품으로 공간을 강조한다. 밤에는 한정된 조명과 플로어 스탠드로 고급스러운 안식처의 분위기를 연출해 어두운 톤의 세련된 안락함을 보여준다.
헬리콥터로 접근하는 숲속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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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 카미나>에 등장하는 실리콘밸리 천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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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인간과 인공물인 로봇으로
철저하게 대조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는 네이든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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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집은 영화 <엑스 마키나>(2015)에 등장하는 실리콘밸리 천재의 자연 속 저택이다.
IT 기업의 창업주 네이든은 자신이 소유한 오지의 별장이자 연구소에서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다. 그 집으로 주인공 칼렙이 초대되면서 로봇과 관련된 사건이 일어나고, 영화는 인간과 그가 만든 로봇의 갈등을 그린다. 영화에는 네이든과 칼렙 이외의 사람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그들은 완벽히 통제된 상황에서 생활하고, 그 생활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사건이 발생한다.

네이든은 IT기업의 괴팍한 창업주이면서 숲속에서 혼자만의 생활을 영위하는 개인이다. 주인공 중 하나인 네이든의 괴팍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집은 다른 지역과의 경계에서 헬리콥터로 2시간은 날아야 도착할 수 있는, 알래스카의 드넓은 숲속 어딘가로 묘사되어 있다. 그는 언제든 그곳을 벗어날 수 있지만, 달까지 닿을 만한 길이의 광케이블을 집 전체에 심어두고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가장 어울리지 않는 공간을 연구소로 만들어 홀로 지내고 있다.

산 측면의 거대한 바위를 그대로 살려 집 안으로 뚫고 들어온 듯한 벽과 그와 대조되는, 손잡이도 생략된 말끔한 유리문과 벽, 그 위로 비치는 깊은 숲과 현대적 감성의 미니멀한 가구 소품으로 이루어진 집은 자연속 인간과 그가 만든 인공물인 로봇을 반영하듯이 철저히 대조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칼렙이 사는 곳은 네이든이 사는 곳과는 대조적이다. 어디에 어떻게 사느냐는 로봇의 질문에 '롱아일랜드의 브룩헤이븐'이라고 주소를 말한 그는 “괜찮은 곳이다. 나는 아주 작은 아파트에 살지만, 회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동네다”라고 대답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집 주변은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 마을이다. 영화에서 칼렙은 그중 하나의 침실만을 이용하는 설정으로 비즈니스 호텔에 묵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하지만, 이 장면은 사실 더 자연과 통합된 구조로 디자인한 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호숫가의 모던한 외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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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가 올 때>에 나오는 호숫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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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의 집은 철, 유리, 목재의 제한적 요소를
수직, 수평으로 사용해 고즈넉한 모더니스의 집으로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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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집은 영화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가 올 때>에 나오는 호숫가의 집이다.
영화는 사이먼 웨스트가 감독한 공포·스릴러 영화로 주인공 질이 베이비시터로 악몽 같은 하루를 보내는 내용이다. <유령 작가>의 배경이 바닷가 넓은 땅에 홀로 서 있는 집이라면, 이 영화의 배경은 같은 물을 앞에 두고 있지만 주변이 나무로 둘러싸인 호숫가의 집이다. 도로에서 대문을 열고 들어와야 하는 이 집은 주변에 자신들의 게스트 하우스 정도밖에 없는 동떨어진 곳에 있다.

이 영화는 B급 공포·스릴러 영화의 내용보다는 낮부터 밤까지 안내되는 멋진 호숫가의 집에 더 눈이 간다고 할 정도다. 영화는 처음부터 집을 강조한다. 베이비시터가 도착하는 대문부터 펼쳐지는 집과 그 외부를 둘러싼 테라스를 걸어 다니며 호수를 바라보는 장면, 바닥에서 천장까지 전체가 유리로 채워진 거실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면으로 하우스 투어는 시작된다. 뒤로 이어지는 이국적인 녹지의 중정은 일본식 내부 정원과 전체 바닥이 되는 잉어가 헤엄치는 연못, 그리고 연못을 가로지르는 폭이 좁은 다리와 부엌까지 영화 후반부에 제시되는 사건 배경의 평소 모습을 소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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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유리, 목재의 제한적 요소가 수직, 수평으로만 이루어진 호숫가의 집은 이러한 요소 덕분에 좀 더 고즈넉한 모더니스트의 집으로 완성된다. 낮에는 새가 지저귀고 잉어가 헤엄치는 근사한 집이 밤에는 살인자와 숨바꼭질하는 넓고 복잡한 어두운 공간으로 바뀐다. 밤의 추격전에서도 10대의 주인공이 낯선 사람을 피해 나무 계단을 지나고 연못에 숨으면서 집안의 볼 수 없었던 공간까지 낱낱이 드러난다. 개방감 있고 빛을 만들어주던 반투명한 유리는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식물을 비추면서 살인자의 실루엣만을 보여준다.
은둔을 위한 공간은 어떻게 가능할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세 편의 스릴러 영화에 나온 집을 살펴보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네 편의 영화 속 공간은 실존하는 곳이 아니다. 집 외관 혹은 일부를 촬영한 경우는 있으나 집 전체를 하나의 배경으로 삼지는 않았다고 한다. <유령 작가>의 집은 매사추세츠주 마서스비니어드Martha’s vineyard에 있는 해변 주택이 원형이지만,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입국 거부 중인 상태여서 독일 우제돔에 외관을 짓고, 인테리어는 세트 디자이너 알브레히트 콘라드가 완성했으며, 바벨스베르크Babelsberg에 지은 세트에서 촬영하고, 가구는 발터 놀이 디자인한 가구를 배치했다.

<엑스 마키나>는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설정했지만 실제 촬영지는 노르웨이의 유베 랜드스케이프Juvet Landscape호텔이다. 호텔 전체는 7개의 버드하우스(birdhouse, 목재 패널로 만든 독립된 숙박 공간)와 2개의 랜드스케이프 룸landscape room으로 이루어지고 각 포트는 침실, 서재, 욕실, 거실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처음에 독립된 주택 형태인 버드하우스와 스파를 만들고 그 뒤 2개의 방을 더 추가하는 방식으로 지어 마치 하나의 저택처럼 촬영되었다. 지금은 호텔로 운영되고 있으며, 아직 추가로 19개의 방을 더 지을 여지가 있는 상태로 완성되어 있다.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가 올 때>는 베벌리힐스의 프랭클린 캐니언 파크Franklin Canyon Park에 외관까지 세트로 짓고 인테리어는 세트 스튜디오에서 제작했다. 배경이 되는 집의 모든 부분이 영화를 위해서 만든 것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들 영화 속 집은 하나같이 다른 집과 동떨어져 있는 은둔의 공간이다. 코로나19 시대 거리 두기의 극단적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은둔과 거리 두기는 영화에서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적절하게 다른 집과 이어져 있으면서 스스로의 몸과 마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은둔의 공간은 어떤 식으로 가능해질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글. 김한승(씨즈아틀리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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