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0. 08
자산시장의 양대 화두
'초저금리'와 '성장'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img
코로나19 발발 후 자산시장의 양대 화두는 '제로금리'와 '성장'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제로금리는 19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자산시장 붕괴 후 30여년 가까이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진 일본에서나 볼 수 있는 기이한(?) 현상으로 간주했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 4대 경제권 중 하나인 유로존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자 세상은 제로금리나 마이너스 금리가 일본만의 기이한 현상이 아님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제로금리를 더 이상 기이한 현상이 아니라 일반화된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우리나라 금리는 제로금리가 아니지만 미국이나 일본과의 상대적 경제력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제로금리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후 심한 사회적 양극화 예상
금리가 제로라는 것은 저축 인센티브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저축이란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행위인데, 더 이상 이런 룰(Rule)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 한 독설가의 표현을 빌자면, 현금이 쓰레기가 되는 세상이 된 것. 원론적으로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현금을 들고 있으면 손해 보는 세상이 된 것은 자명한 듯하다.

자산시장 원리 중 하나는 현금 가치가 떨어지면, 자산 가치는 올라간다는 것이다. 최근 시장이 간혹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현금이 아닌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자산이 올랐다는 사실 때문이다. 주식, 부동산, 금과 은 그리고 비트코인까지. 가파른 자산 상승과 반대로 소득은 정체나 감소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예로 보면, 고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 업종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반면 대형 기술 기업들은 사상 초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아마존, 구글, MS 등 대형 기술주의 주가는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자리에서 도태된 사람들의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과연 누가 부자가 되고 있는가? 당연히 이들 기업의 임직원과 주주들만 엄청난 보상을 받고 있다. 더욱이 대형 기술 기업들은 서비스 업종만큼 고용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자산 소유자와 소득이 줄어든 계층의 거리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보다 더 멀어지고 있다. 걱정스러운 점은 소득과 자산 가격의 간격이 가파르게 벌어졌고 이런 추세가 곧 멈출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태가 끝나면 어쩌면 우리는 이전보다 심한 사회적 양극화를 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양극화는 다시 소비와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를까. 한국은 자영업 비중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에 큰 곤경에 빠져 있고, 설사 안정적인 기업체에 다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급여 인상은 기대난망이다. 그런데 주식과 부동산은 빠르게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나이를 떠나 주식과 부동산에 매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소득 증가 가능성은 어두운데 자산 가격은 눈만 뜨고 나면 오르니, 어느 누가 투자에 뛰어들지 않겠는가. 소득이 막혀 있으니 자산에 베팅하는 것은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도 맞는다. 오히려 투기나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기가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또한 팬데믹과 같은 대형 이벤트는 안정성과 성장성에 질문을 던지는 시기이다. 기업에게는 혹독한 테스트 기간이기도 하다. 이들 앞에 놓인 질문은 이런 것들이다. '계속 배당금을 지불할 수 있을까?' '신용 위험 없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새로운 환경에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신용위험이 제기되는 산업이나 기업들이 이런 테스트 시기에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항공업이나 여행업처럼 신용 위험의 가능성이 제기되면 투자자들은 그 주식을 멀리한다. 안정적인 배당주라 하더라도 실적 부진으로 배당컷을 발표하면, 주가가 급락한다. 배당컷을 위험 신호로 투자자들이 해석하기 때문이다. 부동산도 보다 안정적이고 검증이 된 곳으로 돈이 모인다. 시쳇말로 되는 놈이 더 오른다. 안정성을 의심받는 투자처는 시장에서 냉대를 받는다.

반대로 성장의 꿈을 제공하는 곳은 높은 프리미엄을 받는다. 성장이 희소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형 이벤트는 이미 진행 중인 변화를 압축시켜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지식이나 기술이 확산되는 과정은 선형적이고 규칙적이지 않다. 처음에는 서서히 침투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혹은 뜻하지 않는 이벤트가 등장하면서 그 활용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급속히 시장 전반으로 확산된다.

전쟁이나 대형 감염병 혹은 9·11 테러처럼 인류의 머리에 깊은 각인된 사건 등은 사람들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급격히 바꾸어 놓는다. 예를 들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낳은 제2차 세계대전은 그 당시까지 발견 혹은 발명된 기술이나 제품을 압축적으로 테스트하는 시기였다. 비행기, 탱크, 공조기술 등은 전쟁 이후 인류의 삶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컬러TV, 자동차, 비행기,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은 전쟁이란 참혹한 시기를 거치면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이뤘다.
img
최근에는 코로나 19 이전에도 있었던 언택트, 바이오헬스케어, 전기자동차 등의 비즈니스가 팬데믹으로 그 침투 속도가 갑작스레 빨라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제조기업의 촉매 역할을 했다면, 코로나19는 언택트 등 비대면 비즈니스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안정성과 성장성, 우리 앞에 놓인 질문
지금은 언택트나 바이오처럼 성장의 꿈을 제공할 수 있는 분야들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 주요시장에서 가장 많이 오른 섹터들이다. 반면 다른 섹터들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시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전통적인 가치투자자들이 최근 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배경이다.

'앞으로도 이런 풍경이 계속될까?' 요즘 자산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이다. 꿈이 있는 주식이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소외주의 반란이 올 것인가. 금, 은과 같은 실물 자산의 상승세도 계속 이어갈 것인가. 부동산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각 전문가마다 전망을 내 놓고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완벽한 대답을 내 놓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시간과 신(神)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확신이 있는 투자자들이라면, 어느 한 방향으로 가도 된다. 자신의 신념이니까. 그렇지 않다면? 선호하는 투자대상은 다르더라도 과거보다는 확실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성장 비즈니스에서는 확실히 수익을 내면서 가고 있는 기업을, 소외된 주식에서는 시장의 오해로 주가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꾸준한 이익을 내는 기업을, 그리고 이 와중에서도 지속적으로 인컴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전략이 아닐까. 어차피 최종적으로 주가는 이익에, 부동산은 입지에, 그리고 안정성은 인컴의 꾸준함에 수렴되기 마련이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코노미스트
글.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COPYRIGHT 2020 © MIRAE ASSET DAEWOO CO,.LTD.ALL RIGHTS RESERVED.